Review/Book & Movie
날아라 잡상인 / 우승미
리턴투더베이직스
2019. 10. 4. 23:54
"동정은 내가 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거잖아. (…) 아무리 같이 아파하는 척해도 고통은 공유할 수 없어. 고통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라고. 사실은, 얘는 정말 불쌍해, 그래도 나는 얘보다는 덜 불쌍해서 다행이야, 그러면서 자기 위안을 느낀다고. 그게 동정의 본질이야."
"사랑이란 것, 늘 동정과 연민에서 시작돼. 누구에게나 삶은 고달픈 거잖아. 상대방의 고달픔을 보고, 너도 힘들구나, 너도 나처럼 아프구나. 그렇게 생겨나는 감정이 동정이고 연민이야. 타인에 대한 배려든 사랑이든 희생이든 모두 동정과 연민의 바탕 위에 있어. 그러니까, 동정이든 연민이든 사랑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다 같은 거야. 철이씨,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위에 설 수 없어. 우리는 모두 다 아래에 있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에게 1000원을 주었어. 네가 갖고 있는 전부를. 너는 항상 네 전부를 던져. 사람들은 그렇게 전부를 던지지 않아. 자신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둔다고. 바보처럼 너에게 내 전부를 던진다면, 받아 줄 거니?"
"그런데, 수치심이라는 게 말이야,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더라고.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더란 거지. 자기를 낮추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고, 자기에게 기대는 사람을 받아 줄 수 있게 되는 거, 이게 바로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이야, (…)"
2017년 1학기, 사회학 전공을 듣던 나는 리포트 주제로 '잡상인'을 선정했었다.
이유는 짜증나서. 정말, 그것뿐이었다.
대학교 4년, 햇수로는 7년을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잡상인과 걸인을 1호선에서 마주했고
약 2시간의 이동시간을 BMW(Bus, Metro, Walk)를 애용했던 나에게 이들은 그저 방해꾼에 불과했기 때문에.
하지만 일상 어디서도 접할 수 있는 존재였음에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가운데 접하게 된 책.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은 책이었지만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낸 '잡상인' 리포트는 비판적 논조로 가득했고
하필 강사님이 내 리포트를 수업 주제로 써먹으면서
사회학과 학생들과 경제학과 학생들의 토론과 갈등을 의도치 않게 유도하기도 했었다. (...)
하지만, 이 책이 내게 보여준 이야기와 문장들은 담담하지만 아름다웠기에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잡상인들이 아니었다면 난 이 책을 절대 접하지 않을테니
적어도 이 포스팅에선 1호선의 잡상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